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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5 검은색 차량’

짧지만 명료한 문자 메시지로 데이트폭력을 당한 여성이 구조됐다. 지난 26일 새벽 2시 25분쯤 서울 성동구 마장역 앞에서 남자친구 A씨의 차 안에서 감금된 채 폭행을 당한 여성이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차량 정보가 담긴 문자메시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파워볼게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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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건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운다’는 A씨의 의심 때문이었다. A씨는 “여자친구가 다른 남성과 술을 마셨다”며 피해 여성을 차량에 태워 폭행하고 30분간 감금했다. 피해 여성은 차종과 차량 특징을 문자메시지에 적어 112에 신고했다.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은 문자 내용과 휴대폰 위치추적 정보를 토대로 차량을 발견해 A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26일 여성을 폭행하고 감금한 20대 초반 남성 A씨를 폭행 및 감금 혐의로 체포했다고 28일 밝혔다. 다만 경찰은 조사를 마친 다음 A씨에게 경고 조치했고, 당일 석방한 상태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A씨가 초범인 데다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해 일단 석방 조치를 취했다”며 “다만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현재 피해자에 대해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밝혔다.

1888년 조선 프랑스 수교기념 예물 ‘살라미나’병 공개

백자채색 살라미나병. 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백자채색 살라미나병. 1888년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수교예물이다.

1888년 조선 왕실의 고종 임금에게 그 전해 취임한 프랑스 3공화국 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선물이 날아왔다. ‘살라미나’병이라고 부르는 아름답고 화려한 백자채색 꽃병이었다. 높이가 60cm를 넘는 이 백자병은 국립세브르도자제작소에서 만든 저 유명한 세브르도자기였다. 고대 그리스의 우아한 장식도기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진 것으로 소담한 백자나 푸른 빛 청화백자에만 익숙했던 고종과 조선 왕실 사람들에게 서구 도자기의 색다른 세계를 알려줬다.파워볼

사디가 보낸 세브르 도자기 선물은 2년전인 1886년 힘겹게 조선왕조와 맺은 수교를 기념하기 위한 예물의 성격이었다. 당시 수교를 기념해 거창하게 예물을 주는 선례는 별로 없었는데도 프랑스가 굳이 기념 예물을 보낸 건 조선과의 미묘한 역사적 관계가 작용했다. 1866년 조선 조정의 천주교 탄압에 항의해 프랑스 군이 강화도를 침공하는 병인양요를 일으켜 서로 적국으로 싸운 악연이 있었기에 프랑스는 미국과 영국, 독일, 이탈리아보다 훨씬 늦은 1886년에야 수교조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의 선의에 고종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답례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장인들이 만든 보석달린 인공꽃나무인 반화 한쌍과 고려 청자를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로 보냈고, 이 작품들은 현재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과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1888년 프랑스 정부가 조선 왕실에 선물한 살라미나병의 하단부를 확대해 찍은 모습. 파란 장식선 사이에 병을 선물한 당시 프랑스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이름과 선물한 해인 1888를 표기한 것이 보인다.
1888년 프랑스 정부가 조선 왕실에 선물한 살라미나병의 하단부를 확대해 찍은 모습. 파란 장식선 사이에 병을 선물한 당시 프랑스대통령 사디 카르노의 이름과 선물한 해인 1888를 표기한 것이 보인다.
살라미나 병을 옆으로 뉘어 촬영한 모습. 국립세브르제작소에서 만든 최고급 자기였다.
살라미나 병을 옆으로 뉘어 촬영한 모습. 국립세브르제작소에서 만든 최고급 자기였다.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에서 프랑스 대통령 사디가 선물한 세브르 도자기가 사상 처음 공개된다. 29일부터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망라해 보여주는 특별전 ‘신(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가 그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전구에 씌운 각양각색의 유리등갓들, 프랑스 필뤼비트사에서 만든 왕실 전용 양식기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왕실의 근대 도자기 소장품 180여 점을 비롯해 조선 후기 청화백자 왕실무덤 부장품, 일본·중국에서 19세기말 제작된 대형 화병 등을 합쳐 모두 400여점이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답례로 준 선물중 일부인 반화. 금속그릇에 올린 인공적인 보석 꽃나무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 후손들이 기증해 현재는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종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답례로 준 선물중 일부인 반화. 금속그릇에 올린 인공적인 보석 꽃나무로 당대 조선 최고의 공예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 후손들이 기증해 현재는 파리 기메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한 12세기 고려 청자완. 현재 국립세브르도자기제작소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한 12세기 고려 청자완. 현재 국립세브르도자기제작소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장 들머리 진열장을 가득 메운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유리등갓들. 전구 위에 씌웠던 장식용 등갓들로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제작·입수경위는 알려져 있지 않다.
전시장 들머리 진열장을 가득 메운 구한말 창덕궁 전각의 유리등갓들. 전구 위에 씌웠던 장식용 등갓들로 이번 전시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디자인이 눈길을 끌지만, 제작·입수경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모두 5부로 나뉘어진 이번 특별전은 19세기말 20세기초 서세동점의 근대 전환기 조선왕실이 처했던 과도기적 상황과 당시 왕실 사람들의 사연들을 궁정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들의 다채로운 면면을 통해 보여주게 된다.

조선 왕실은 개항 직후 서양식 건축물을 짓고, 서구에서 들여온 도자기를 쓰면서 근대국가임을 과시하는 상징물로 활용했는데, 이런 문화사의 단면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작품마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쪽은 고종이 프랑스 쪽에 선물로 보냈던 반화와 고려청자들도 현지에서 빌려와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감염사태로 무산됐다. 10월4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정청래 “야당, 노련한 박지원에게 속절없이 당해”
통합당 “청문회 희화화” “의혹 하나도 해소 안 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으로부터 질의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으로부터 질의받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 교대로 후보자석에 앉은 ‘정치9단’은 어땠을까.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의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를 두고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역시 박지원”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미래통합당은 “해소된 의혹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파워볼사이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지원 청문회 관전평’이라면서 “묻지마 반대, 무조건 낙마를 외치던 통합당이 막상 청문회 뚜껑을 열자 노련한 박 후보 앞에 속절없이 당했다”고 썼다. 정 의원은 “(통합당은)철 지난 색깔론이나 반평화적 반통일적 언사만 늘어놓고 수구냉전적 질문에만 치중했다”며 “방패가 창을 압도한 청문회”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자는)여느 후보자와 달리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오히려 어떤 때는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하태경 통합당 의원의 ‘학력 위조’ 관련 질의 과정에서 “질문을 질문답게 하라”고 호통을 쳤다. 또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에겐 “100번 소리를 지르면 되겠나”고 따져묻는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응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당 김홍걸 의원도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저쪽(야당)에서 뭔가 하나 더 터트릴 수도 있다, 이런 루머가 돌았다”면서 “그런데 그게 없더라, 예상대로 그런 ‘한 방’이라는 게 없었다”고 평가했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의 단국대 학력 위조 의혹, 대북송금 의혹, 채무 논란 등을 집중 부각하며 총공세를 펼쳤던 통합당에서는 ‘부적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보위 소속 이철규 통합당 의원은 다음날(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청문회를 통해서 해소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제 청문회를 보면 누가 청문을 받는 건지 모를 정도로 청문회 자체를 희화화 시키고 형해화 시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같은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YTN라디오 ‘출발새아침’에서 박 후보자의 관련 의혹을 언급하면서 “여러 가지 점에서 부적격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장은 안보기관의 수장이지 북한과 대화하고 협상하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는 과거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내정치를 많이 해 위험성이 있다고 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그런 점에서 보면 훨씬 더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중국 고대 하(夏)왕조 시조인 우(禹). 그가 왕이 된 주요 업적은 치수(治水)다. 그 정도로 홍수는 수천년간 중국인을 괴롭혔다. 올해 피해가 ‘역대급’이라 그렇지 현대 중국에서도 홍수는 빈번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칸하이(看海)’란 말까지 있다. 홍수로 물난리가 난 도시를 보는 게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단 뜻이다.


‘스펀지 도시(海綿城市)’ 프로젝트

과거 중국의 홍수 피해 모습.[사진 이매진차이나]
과거 중국의 홍수 피해 모습.[사진 이매진차이나]

중국 정부도 홍수의 무서움을 안다. 지긋지긋한 침수 피해를 끊고자 5년 전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스펀지 도시’는 풀어 말하면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도시’다. 도시가 물을 저장해 홍수를 막아보겠다는 거다. 중국 주택건설부는 2015년 10월 “3년 내 865억 위안(약 16조원)을 투자해, 우한(武漢), 충칭(重慶), 난닝(南寧) 등 16개 도시에서 시범적으로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홍수는 인재(人災) 성격이 강하다. 배수가 잘 안 돼 빗물이 땅을 타고 그대로 강으로 간다. 짧은 시간의 폭우에 강이 범람하고 물이 다시 도시로 넘어오는 악순환이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는 이를 막아보려는 대책이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핵심은 배수다. 빗물을 바로 강으로 전부 흘려보내지 않고 60~70%를 지상에서 빨아들인다. 도시 지하에 물 저장시설도 만든다. 거주지 주변엔 연못이나 습지대를 만들고, 배수 시스템을 통해 물을 빼내 저장한 뒤 나중에 꺼내 쓰자는 거다. 이렇게 하면 물이 부족한 시기에 저장한 빗물을 재활용해 쓸 수 있다. 도로도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과성 아스팔트로 포장한다.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스펀지 도시 개념도. [진르터우탸오 캡처]

중국 정부는 1단계로 2020년까지 중국 내 658개 도시의 20%를 스펀지 도시로 만들고 2030년까지 그 비율을 80%로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1단계가 종료되는 올해 난리가 났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중국 남부 지방 일대가 홍수 피해로 몸살을 앓게 된 거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오히려 스펀지 프로젝트 시범 도시의 피해가 컸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우한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우한 우창구 일대엔 허리까지 닿을 정도로 물이 차 많은 노인이 지역 사회에 갇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16일 충칭시 완저우(萬州)구에서도 우차오허(五橋河)가 범람하며 1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끝없이 내리는 비에 도시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어 홍수를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다짐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프로젝트는 왜 실패한 걸까. 중국 언론의 분석은 이렇다.

지난 8일 중국 장시성 징더전에서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8일 중국 장시성 징더전에서 시민들이 보트를 타고 도시를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오래된 도시는 대부분 현대적 배수망이 거의 없었다. 배수망을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런데 정부는 속도전을 추구한다. 중국 지린망(吉林網)은 “선진국을 보면 배수 설치에 10~15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한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지하 배수시설을 3~5년에 갖추려 했다. 이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라고 전했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정부 의지도 크지 않았다. 광시장족자치구 리우저우시의 탄롱(覃融) 자연자원기획국 부국장은 지린망에 “선진국에선 도시 계획을 세울 때 지상 못지않게 지하 계획을 세운다”며 “하지만 중국에선 자원 투입 대비 효과가 작은 지하시설에 대해서는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티가 안 나는’ 사업이라 일을 적극적으로 안 했다는 말이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프로젝트를 실제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돈이 없다.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그런데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가 완성되려면 중국 언론 예상으로 올해까지 매년 4000억 위안, 이후 2030년까지는 매년 1조 6000억 위안이 투입돼야 한다.

정작 중앙정부 관심은 줄었다. 2017년 ‘정부업무보고’ 이후 중앙 정부 차원의 스펀지 도시 언급은 보이지 않았다.

「 티도 안 나고, 중앙에서 힘도 안 실어준다. 돈 없는 지방 정부가 프로젝트에 열을 올릴 리 만무하다. 」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물론 앞으론 달라질 것이다. 이번 홍수 피해가 너무 크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도, 공산당으로서도 민심을 달래려면 당분간 ‘치수’에 집중해야 한다.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관련 인프라 건설로 코로나 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제대로 하는가다.

[중신망 캡처]
[중신망 캡처]

비는 언제든 또 내린다. 보여주기식으로 하면 내년, 아니 올해 하반기에 또 수해(水害)를 입을 수 있다. 위쿵젠(兪孔堅) 베이징대 교수는 ‘스펀지 도시’ 프로젝트에서 기술자문위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그의 고백이다.

「 “스펀지 시범 도시는 일부 지역에 배수 시설만 설치했기에 실패했다. 도시 내 자원 순환과정을 살피는 생태학적 관점이 전제돼야 프로젝트는 성공한다.” 」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저성장시대에 코로나19로 불확실성 확대
“오늘만 살자”던 계획없는 소비문화 탈피
미래위한 저축 늘고 재테크 스터디 확산
“자산축적 고민 속 다양한 정보유통 기여”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욜로(YOLO)’의 삶을 외치던 청년들이 달라지고 있다. 마치 오늘만 살 것처럼 계획 없는 소비를 즐기던 모습에서 벗어나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면서 재테크 공부까지 하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초상이다.서울 소재 대학원을 다니는 박모(33)씨는 최근 지인들과 함께 투자 스터디를 시작했다. 박 씨는 “어머니가 나이가 많은 편이라 노후준비에 관심이 많은데 근로소득만으로는 안 되겠더라”며 “명품을 즐기던 친구들도 부쩍 공허하다는 얘기를 해서 이참에 어떻게 주식투자를 하면 좋을지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윤모(31)씨는 ‘온라인 제휴마케팅’으로 부수입을 올리는 데 푹 빠졌다. 제휴마케팅은 자신의 블로그나 SNS에 특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고, 누군가 그 주소를 이용해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에게 일정 수익을 배분받는 서비스다. 쿠팡을 비롯한 여러 이커머스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윤씨는 “다른 일을 또 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여력이 된다면 간단한 강의를 제작해 재능공유 사이트에 팔아보고도 싶다”고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청년들이 재테크에 뛰어드는 현상은 비단 박씨와 윤씨만의 얘기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름잡은 키워드가 20~30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 일명 ‘동학개미’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비대면으로 개설된 신규 주식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이른다. 뿐만 아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재테크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재테크 분야의 인기 유튜버 ‘신사임당’의 구독자수는 28일 기준 88만명을 넘겼다. 이들이 다루는 재테크 내용은 부동산과 주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업으로 돈 버는 법’부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우대 금융정책’ 등 소재도 다양하다.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19’ 중 연령대별 총 소득 운용 현황. /사진제공=신한은행
신한은행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19’ 중 연령대별 총 소득 운용 현황. /사진제공=신한은행

묵묵히 돈을 열심히 모으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8년 11월 19~29세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저축금액이 줄어들었다’고 응답한 20대는 24.1%에 불과했다. 청년들이 덜 쓰고 더 모으는 경향은 윗세대와 비교해도 뚜렷하다. 지난해 4월 신한은행의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를 보면 한 달 소득 중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와 30대 모두 45.8%로 전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동시에 2030 세대는 저축률도 가장 높았다. 20대는 한달 소득의 33.5%를, 30대는 26.4%를 저축하는 반면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3.2%, 22.3%를 저축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재를 즐기자”며 먹고 쓰는데 집중한 ‘욜로 문화’가 유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청년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산 증식에 나서는 데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코로나19까지 닥쳐서 안정적인 삶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며 “최근 부동산 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며 청년들이 월급만으로 자산형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행동에 나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또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청년들 사이에서 자산축적에 대한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정보유통이 원활해져서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일부 청년들의 공격적인 재테크를 전체 청년세대의 모습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상존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청년들의 모습이 부쩍 조명되는데 이런 투자는 대부분 중산층 이상 계층에 속한 사람이 한다”며 “소득이 불안정한 저소득 청년은 재테크는커녕 저축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임 교수는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사회에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높아지기 마련”이라며 “언론과 정부가 주식 투자에 열 올리는 청년들 외의 다양한 청년들 현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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